방콕에서 치앙마이로 가는 방법이 여럿 있지만, 나는 버스를 가장 좋아한다. 일정이 빡빡하면 비행기를 타지만, 여행 기간이 널널하면 숙박비도 아낄 겸 야간버스를 탄다. 기차는 반대로 치앙마이에서 방콕으로 올 때 타봤는데, 개인적으로는 버스가 더 낭만(?)이 있다.
치앙마이행 야간버스를 운행하는 운수회사가 여럿 있다. 그중 한국인에게 잘 알려진 회사는 나콘차이에어와 999 버스인 것 같다. 나도 지금까지 여러 번 방콕-치앙마이 버스를 탔지만, 이 두 회사 말고는 타보지 않았다. 이번에 이용한 버스는 999 VIP 정부버스고, 모칫 북부 터미널에서 탈 수 있다.
이전에 야간버스 시설과 모칫 터미널에 찾아가는 방법을 올려두었다. 아래 링크 참고.
[태국/교통수단] - 모칫역(BTS)에서 모칫 버스터미널 가는 방법
[태국/교통수단] - 모칫 버스터미널 버스 타는 곳까지 찾아가는 방법
[태국/교통수단] - 방콕 - 치앙마이 야간버스 시설 살펴보기
[태국/교통수단] - 방콕 - 치앙마이 야간버스 간식과 저녁식사
티켓에 적혀있는 플랫폼에서 버스를 기다렸다. 시간이 되면 버스가 들어오는데, 티켓을 보여주고 캐리어나 배낭을 맡기면 짐칸에 넣어준다. 치앙마이 도착할 때까지 짐칸의 짐은 건들지 못하니 필요한 것은 들고서 타야 한다.
좌석에 담요가 하나씩 놓여 있고, 좌석 앞에는 간이 테이블과 콘센트, 의자 조작법 안내문이 있다. 담요는 약간 쌀쌀한 실내에서 유용하게 사용된다.
예전에 처음 야간버스를 타기 위해 블로그 글을 검색했을 때 실내가 너무 추워 긴팔이나 웃옷을 챙기라는 이야기가 많아서 일부러 한국에서 챙겨오기도 했었다. 몇 번 타 본 지금의 내 경험으로는 굳이 긴팔을 입을 필요가 없어 보인다. 살짝 춥기는 하지만 담요 하나로도 커버가 가능하다. 추위를 많이 타는 사람이라면 별도의 옷을 챙겨야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일부러 긴팔을 챙길 필요가 없어 보인다.
야간버스라 편히 잘 수 있도록 의자가 생각보다 많이 젖혀진다. 좌석 조작을 해보고 안마기도 켜보고 옆 플랫폼의 버스를 구경하고 있다 보면 버스가 출발한다.
버스 앞쪽에는 시계와, 현재 버스의 속도를 알려주는 안내판, TV가 있다.
버스가 출발하고 얼마 안 되어 간단한 간식과 물을 나눠준다. 엄청 맛있는 맛은 아니지만 밥을 먹은 지 시간이 조금 지난 상태라 그냥 먹을만했다. 커피는 직접 타 먹어야 하는데, 뜨거운 물은 버스 뒤편 화장실 입구에서 구할 수 있다.
버스는 중간에 몇 번 다른 터미널에 들려서 손님을 태운다. 대부분의 승객이 모칫에서 탔기 때문에 한두 명 정도만 더 탄다.
버스가 한창 달리다가 으슥한 간이 터미널에 멈춘다. 그리고 승무원이 나가서 도시락이 든 커다란 비닐봉지 두 개를 가지고 온다. 어떤 도시락일까 기대했지만, 아쉽게도 익숙한 세븐일레븐의 편의점 도시락이었다. 익숙해서 그렇지, 맛은 꽤 좋다.
야간버스는 휴게소에 들르지 않고 바로 치앙마이로 달린다. 화장실이 버스 뒤에 있다.
출발한 지 한 시간 반 정도 지나서 승무원이 먹은 도시락과 쓰레기를 수거해간다. 그리고 편하게 잠을 잘 수 있도록 객차 내 불을 꺼버린다. 하지만 자기에는 너무 이른 시간.
이어폰으로 노래를 들으면서 창밖을 보고 있으면, 여행하고 있다는 느낌이 확 몰려온다. 혼자 감상에 젖어 있다가 피곤해지면 나도 모르게 잠이 든다.
치앙마이에 거의 도착했을 때 실내조명이 켜지고 TV를 틀어준다. 일어나면 아무래도 평소 수면시간보다 적게 잤고, 침대에서 잔 것도 아니라 찌뿌둥한 느낌이 있다.
불이 켜지고서 30분도 못 가 치앙마이 아케이드 터미널에 도착했다. 전날 저녁 9시에 출발해서 다음 날 오전 6시 30분에 터미널에 도착했으니 9시간 30분 정도 걸렸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터미널의 화장실을 이용했다. 터미널의 화장실은 유료다. 3바트. 적은 돈이지만 뭉그적대며 버스의 화장실을 이용하지 않고 내린 것이 살짝 후회되는 순간이었다.
캐리어를 끌고 RTC 버스 정류장으로 이동해서 R1 버스를 타고 숙소로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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