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를 보다가 제주 두루치기집의 영상을 보게 됐는데, 갑자기 너무 먹고 싶어졌다. 목마른 자가 우물을 파듯 냉장고의 재료들을 꺼내 돼지 두루치기를 만들었다. 그리고 같이 마실 술을 맥주와 와인 중 고민하다가 와인으로 정했다.
와인을 선택하기 전에 고추장 양념과 어울리는 와인은 어떤 스타일인지 검색을 해봤다. 생각보다 정보가 빈약했는데, 여기저기 조합을 해보니 양념이 강하고 짠맛이 있는 음식을 먹을 때에는 타닌이 적고 약간 단맛이 있는 와인을 선택하는 게 좋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집에 있는 와인 중에 생각해 보니 라 크라사드가 적합할 것 같았다.
두루치기는 최대한 제주도에서 먹어봤던 느낌을 살려보려고 했지만, 제주도를 안 간지 몇 년이 지난 지라 그냥 조미료 대충 때려 넣고 만들었다. 콩나물이 들어가야 하는데 없어서 양파를 넣었고 신김치도 한 줌 넣어서 만들었다. 요약한 레시피는 글 하단에 따로 작성했다.
라 크라사드에 대해서는 지난번에 글을 올렸었다. 살짝 단맛이 있는 와인이라고 적었었는데, 그래서 이 와인을 선택했다.
[술/와인] - 라 크라사드 까베르네-시라 후기 (La Croisade Cabernet-Syrah)
열흘 만에 다시 마시는 라 크라사드. 처음에 마실 때는 오크향이 엄청나게 진했는데, 이번에는 오크향 보다는 자두향이 더 크게 느껴졌다. 아주 살짝 단맛이 느껴지고, 타닌도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제육볶음인지 두루치기인지 알 수 없는 이 요리는 내가 만들었지만 너무 맛있었다. 와인이 아니라 소주를 먹어야 하는 음식이었다. 만들 때 일부러 참기름은 넣지 않았다. 참기름의 향을 사랑하지만, 와인과는 어울리지 않을 것 같았다.
음식과 술을 같이 마셔보니, 생각보다 굉장히 잘 어울렸다. 술도 음식도 그냥 술술 넘어간다. 쓴맛이 난다거나 인상이 찌푸려지는 일은 없었다. 좀 더 많은 양의 음식을 만들지 않은 나를 질타했다. 더 먹고 마시고 싶은데 음식이 너무 빠르게 사라졌다.
그래서 밥을 볶았다. 고기 몇 점 남겨서 가위로 조자리고 다른 양념 없이 김가루만 왕창 넣고 비벼서 불 위에는 살짝만 두었다. 그러니 거대한 안주 한 판이 다시 만들어졌다. 볶음밥도 와인과 잘 어울렸다. 술이 목구멍으로 거침없이 들어간다. 한 시간도 안 돼서 혼자 술병을 거의 다 비웠다. 한 잔 분량은 일부러 남겨서 안티옥스로 보관했다. 안티옥스가 효과가 있는지 며칠 뒤에 확인해볼 생각이다
위 두루치기를 만드는 과정 (사실 계량 없이 만든 거라 약간의 오차는 있을 수 있음)
재료 : 돼지고기 불고기감 아무거나, 양파, 깻잎, 대파, 청양고추
양념 : 고추장 크게 1숟가락, 설탕 1숟가락, 고춧가루 1숟가락, 간장 2숟가락, 다진마늘 1숟가락, 다시다 1티숟가락, 미원 0.5티숟가락, 후추 톡톡, 생강가루 톡톡
조리 : 양념에 돼지고기를 버무린다. 기름을 약간 두르고 고기를 먼저 몇 분 볶다가 양파도 넣고 볶는다. 고기가 다 익었으면 나머지 재료들을 넣고 2~3분 볶으면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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