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여행을 가게 되면 일주일 정도는 온눗지역에 머물다가 귀국을 하는데, 주로 머무는 호텔이 솔로 익스프레스다. 역에서 15~20분 정도 걸어야 하지만, 위치 때문에 가격이 꽤 저렴해서 다른 일정 없이 빈둥거리는 나에게는 딱 맞는 숙소인데, 바로 근처에 뉴 온눗 마켓이라는 먹거리 야시장이 하나 있다.
여행 막바지에는 관광을 하지 않는다. 한국에 돌아가면 다시 바쁜 삶을 살아야 하니 귀국 전에는 세상에서 제일 한가하게 지내려고 한다. 맛있는 거 먹고 커피 마시며 책을 읽다가 목과 어깨가 뻐근하면 마사지 받고 저녁에는 술 먹다가 잠드는 한량의 삶을 즐기는데, 솔로 익스프레스에 있을 때는 항상 여기가 하루를 마무리하는 장소였다.
규모는 제법 큰데, 위치가 위치인지라 붐비지는 않는다. 가장 사람이 많을 때를 본 것이 전체 테이블의 반보다도 조금 못 되게 찼을 때다. 영업하는 입장에서는 아니겠지만, 덕분에 조용하게 술과 음식을 즐길 수 있어서 좋다.
앉고 싶은 자리에 앉고 음식과 술은 주문해서 먹으면 된다. 음식을 파는 곳은 몇 곳이 있는데, 태국 음식과 해산물을 파는 두 곳은 매일 문을 열었고, 다른 곳은 보통 닫혀 있고 가끔 문을 열었다. 음식 주문은 가게에서 직접 하면 되는데, 모든 메뉴가 사진으로 나와 있으니 사진을 선택해서 주문하면 된다. 주문하면 어디에 있는지를 물어보는데 대충 위치를 가리키면 되고, 계산은 음식을 테이블로 가져다줄 때 하면 된다.
자리에 앉으면 주류를 파는 가게의 직원이 와서 음료 메뉴판을 건네준다. 안 오면 손을 흔들어 존재감을 나타내면 된다. 음료 코너에 남자, 여자 직원이 있는데 경험상 외국인은 100% 젊은 여자 직원이 온다. 남자 직원은 영어를 잘 못하는 걸로 추측된다. 내 주문은 항상 '창(또는 싱하, 레오) 저그(또는 빅 보틀) 앤드 아이스!'로 끝난다. 에어컨도 없는 야외에서 술을 마시려면 얼음은 필수다. 그냥 먹으면 술이 금방 미지근해진다.
내가 여기서 제일 좋아하는 음식은 태국의 샤브샤브인 찜쭘이다. 일단 한 상 거하게 차려지는 것이 좋고, 유독 이곳의 찜쭘 가격이 저렴하다. 온눗역 바로 근처의 코너79나 그 옆 먹거리 야시장의 찜쭘은 여기보다 많이 비싸다. 이틀에 한 번은 먹었을 정도로 맛도 좋고 가성비도 좋다. 특히 초록색 소스가 너무 맛있다. 처음 주문했을 때 음식점 아저씨가 먹는 방법을 자세하게 알려줬는데, 그 친절함에 감동해 이후에는 거의 이 아저씨네 가게에서 음식을 사 먹었다.
다양하게 먹어보려고 겹치지 않게 매일 음식을 다르게 먹었는데, 하루는 쏨땀에 닭날개 튀김, 찰밥을 먹었다. 밥 인심이 후하다.
손님들은 외국인 반, 현지인 반 정도 된다. 한번은 한국인 단체 손님을 보기도 했다. 6명이 맥주를 타워로 시키고 음식도 여러 가지 시켜서 먹는데, 조금 부러웠다. 나도 타워로 맥주를 마시고 싶다.
며칠 전까지는 나도 친구들과 함께 있었다. 짧은 휴가로 온 친구들이 한국으로 돌아간 후 온눗으로 넘어온 것이었는데, 짧은 기간 동안 관광도 하고 좋은 것도 먹여야 했기 때문에 이런 곳까지는 생각을 못 했었다. 정전이 발생해서 일정이 망가졌던 색소폰 펍 대신 이런 곳에 친구들과 함께 왔었더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주일간 이것저것 많이 먹었는데, 닭날개 튀김이 안주하기에는 좋아서 몇 번 더 먹었다. 굴전인 어쑤언은 조금 별로였다.
튀김이 맛있어서 돼지고기 튀김도 먹었는데, 닭튀김과는 완전 다른 튀김이었다. 고기가 살짝 질기고 간도 셌는데 의외로 맥주와 먹기는 좋았다.
일 걱정 없이 종일 놀다가 하루의 마지막에 맛있는 음식과 맥주를 먹고 있노라면 평생 이렇게 살 수는 없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어서 빨리 큰돈을 벌어야겠다는 목표가 생기면서 한국에 돌아가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이런 다짐을 한 게 이미 여러 번이지만 아직 현실이 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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