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세러데이 마켓에 이어 바로 다음 날 열리는 선데이 마켓에도 다녀왔다. 타페게이트부터 삼왕상 부근까지 연결되는 도로를 중심으로 열리는 주말 야시장인데, 세러데이 마켓보다 규모가 크다. 시장을 구경하기 위해 해가 완전히 지기 전인 오후 6시 반쯤 타페게이트에 도착했다.
타페게이트부터 삼왕상 방향으로 천천히 걸으며 구경을 한다. 시간이 조금 일렀을까? 몇몇 점포에서는 장사를 준비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사람도 크게 붐비지 않아 구경하기 좋았다. 하지만 여기서 불과 1시간 후부터는 지옥이 펼쳐졌다.
세러데이마켓에서 실패한 에코백 사기를 도전했다. 확실히 규모가 큰 만큼 가방을 파는 매장이 많았다. 하지만 납품처가 같은지 비슷비슷한 제품들만 있어서 아쉬웠다. 혹하는 디자인을 보기는 했지만, 크기가 너무 작거나 커서 사려다 만 물건이 몇 개 있었다. 시장 전체를 뒤지면서 마음에 드는 물건을 발견하길 기대했지만, 결국에는 아무것도 사지 못했다.
해가 지니 사람이 붐비기 시작한다. 후덥지근 하지마는 야시장의 불빛과 붐비는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분위기가 참 좋다.
메인 도로에서 좀 떨어진 곳인데도 불구하고 사람이 많다. 다시 타페게이트쪽으로 가기가 겁이 났다. 동남아시아의 야시장답게 먹을거리도 풍부하다. 대신 세러데이 마켓과는 달리 앉아 먹을 수 있는 공간은 많이 없어 보였다. 먹거리는 어제 충분히 즐겼다고 생각해 저녁을 먹고 나온 건데 잘한 선택이었던 것 같다.
메인 도로에도 있지만 삼왕상 근처 광장에서 공연하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다. 그중 한 팀에 지나가던 한 외국인이 합류해서 노래를 부르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노래 자체도 엄청나게 잘했고, 그렇게 어울릴 수 있는 모습이 부러웠다.
사실 내가 선데이마켓에 온 궁극적인 이유는 이 무대 때문이었다. 2013년인가 2014년에 치앙마이에 처음 왔을 때 이 무대를 봤었다. 그때 어린 소녀가 등려군의 월량대표아적심과 첨밀밀을 부르는데 너무 잘 부르는 것이었다. 내가 도착하기 전부터 노래를 불렀던 것 같은데 타이밍이 늦어서 딱 세곡 듣고 무대가 정리됐었다. 너무 아쉬워서 다음에 왔을 때도 노래를 부르고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2018년, 4~5년이나 지나서 무대를 다시 찾게 됐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때 그 어린 소녀가 대학생이 되어 무대에 서 있었다(사실 대학생인지는 확실하지 않음). 혼자 감동받아서 눈시울이 붉어졌다. 공연 중간에 비가 왔는데, 우산을 쓰고 노래를 부르는 상황에서도 근처 가게 처마 밑에서 노래를 끝까지 들었다. 지난번에 들었던 등려군의 노래를 불러주길 바랐지만, 그분의 노래는 다른 꼬마 아이가 불렀다. 등려군의 노래 한 곡을 부르기는 했는데 나중에 찾아보니 千言萬語 천언만어라는 노래였다.
무대가 완전히 끝날 때까지 구경하다가 자리를 떴다. 이 감동을 이어가기 위해 근처 식당에서 맥주 한 병 마시고 나니 11시가 다 되어 가는 시간. 선데이마켓에서 무려 4시간 반이나 있었다. 구경거리, 먹을거리가 많아 심심할 틈이 없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던 선데이마켓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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