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앙마이에는 주말에 큰 야시장이 문을 연다. 토요일에는 올드타운 남쪽 치앙마이 게이트에서 열리고, 일요일에는 타페게이트부터 올드타운 중심부까지 이어지는 야시장이 열린다.
두 시장은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다른 면이 있어서, 치앙마이 여행 계획을 세울 때 일부러 주말을 끼워 넣어 모두 다녀온다. 님만해민에 있다가 야시장이 열리는 전날인 금요일에 일부러 토요 야시장에 가까운 치앙마이 게이트 호텔로 숙소를 옮겼다.
토요시장이 열리는 길은 하나뿐이고 좁다. 때문에 사람이 붐비기 전인 해가 아직 떠 있는 시간에 찾아갔다. 오후 6시가 막 넘었을 때 시장 출발점에 도착했다. 지도에 찍혀있는 마커가 시작 지점이다. 일찍 왔다고 생각했는데 이미 사람이 많고 주변 교통도 혼잡하다.
길에 사람이 가득하다. 그래도 이때는 다닐만했다. 앞질러 갈 수 있는 틈이라도 있었으니까. 걸으면서 파는 물건들을 구경했다. 난 내가 쓰고 선물용으로 줄 에코백을 살 생각이라 천조각이 걸려있는 집을 유심히 살폈다. 이미 몇 번의 여행에서 이런저런 것들을 많이 사가서 다른 물건들에는 눈길만 한 번씩 주었다.
토요마켓에서 먹고 마시는 것은 메인로드가 아닌 메인로드에서 연결된 별도의 푸드센터에서 판매한다. 먹고 마시는 것도 이 공간에서만 가능하다고 방송으로 안내한다. 카오산로드처럼 병맥주 들고서 돌아다니면 안 된다. 야시장 메인로드를 따라 걸어 내려가면서 좌우로 여러 개의 푸드센터를 볼 수 있다. 푸드센터는 먹고 마시는 점포만 모아둔 공간이고 테이블은 모든 가게가 공유하는 시스템이다.
혼자 두 시간 돌아 디니며 먹은 음식만 7종류, 맥주 두 병을 마셨다. 내 사랑 족발덮밥 카우카무, 초밥, 닭튀김, 꼬치, 굴전 어쑤언, 쏨땀을 먹었다. 먹은 음식에 대해서는 따로 글을 쓸 예정이다.
어두워지니 사람이 더 많아졌다. 치앙마이 게이트부터 시장이 거의 끝나는 실버템플까지의 거리는 600m 정도밖에 안 되지만, 미어터지는 인파 속에서 걸으니 체감상 3km를 걷는 느낌이다. 물거늘 구경하면서 걷는다면 큰 스트레스가 아니겠지만, 난 에코백만 노리고 왔으니 앞으로 빨리 나가지 못하는 게 답답했다.
에코백을 파는 곳이 몇 있었다. 물건 하나하나를 살펴보았지만 사고 싶어지는 디자인은 없어서 내일 열리는 일요시장에서 사기로 마음을 바꿨다. 아마도 대부분의 여기 상인들이 일요시장으로 넘어갈 테지만, 규모가 더 큰 만큼 다른 가게의 제품을 기대하기로 했다.
길 중간중간에 노래 부르는 사람, 연주하는 사람, 위에 꼬마처럼 춤을 추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내가 저런 옷 입은 꼬마를 몇 년 전에도 본 것 같은데, 같은 애라고 하기에는 너무 안 컸다. 비슷한 컨셉으로 다른 아이에게 대물림을 하는 건가?
계속 걸어가다 보면 실버 템플이 나온다. 번잡한 시장통에서 벗어나 사원에 들어가니 다른 세상에 온 느낌이다. 사람은 꽤 있었지만 시끄럽게 떠드는 사람이 없으니 조용하다. 공기도 다른 느낌이다. 조명을 받아 반짝반짝 빛나는 금빛 사원이 너무 아름답다.
다시 시작점으로 돌아가기 위해 지금까지 지나온 길을 다시 걸을 용기가 나지 않았다. 모바이크를 찾아보니 근처에 있어서 자전거를 타고 사람이 없는 골목골목을 지나서 창프악 게이트로 돌아왔다. 먼 길로 돌아왔어도 자전거라 시간은 얼마 걸리지 않았다.
창프악 게이트에 도착하니 미친듯한 교통정체를 볼 수 있었다. 차들이 움직이지를 못한다. 워낙 복잡하다 보니 오토바이도 힘을 쓰지 못한다.
내 숙소는 여기서 걸어서 5분, 자전거로 1분이면 갈 수 있는 거리다. 배는 부르고 더워서 땀으로 옷이 축축해진 상태라 바로 숙소로 돌아왔다. 시원하게 샤워를 하고 빨래를 했다. 냉장고에서 맥주를 꺼내 마시며 치앙마이에서의 토요일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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