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mplay Piano 심플리피아노 앱 몇 달 사용 후기 (+ 피아노와 연결)

연초에 악기를 배워보겠다고 거금을 주고 디지털피아노를 덜컥 샀는데, 크게 마음먹은 것은 유지하기가 어렵듯이 며칠 띵띵거리고 손님이 왔을 때 '나 피아노 샀다!' 라고 자랑하는 용도로 전락했다. 이러면 안 될 것 같아서 피아노를 배울 방법을 찾아보는데 개인강습은 부담이 되고 피아노학원은 이유 모르게 꺼려져서 혼자 배우는 방법을 찾았다.

기술의 발달(?)로 커리큘럼이 잘 갖춰진 앱들이 여럿 있었고, 다들 유명한 곡으로 지루하지 않게 배울 수 있다는 사실을 강조하며 광고를 하고 있었다. 여러 개의 앱을 비교해보고 맛보기로 공개된 기능도 해보고 Simply Piano와 Yokee를 놓고 이틀을 고민했다. 결국은 심플리 피아노를 선택했다. 100% 맘에 들지는 않았지만 일단 이 분야의 대장앱 같아 보였고 1년 결제를 할 건데 그동안 관리가 잘 될 것 같은 '느낌' 때문에 선택했다.

이런 피아노 앱들은 피아노가 내는 소리를 듣고 내가 제대로 쳤는지 알려준다. 피아노와 스마트폰을 연결하는 방법도 있는데, 음향 인식과 연결은 글 하단에 따로 작성했다.

통 크게 1년 결제(120달러)를 했고, 바로 연습을 시작했다. 앱은 크게 '코스'라는 강의 코스와 '곡'이라는 연습 파트로 나뉜다. 코스 완료단계에 따라칠 수 있는 곡이 오픈된다(오픈 안 돼도 경고 메시지만 넘기면 칠 수 있다). 

처음에는 굉장히 쉽다. 오른손 도래미파솔만 가지고 시작한다. 그러다가 왼손도 도래미파솔 치게 되고, 다음은 '라'까지 확장되고 이런 식으로 점점 칠 수 있는 범위가 넓어지는 식이다. 중간중간에 짧은 동영상으로 연주에 필요한 이론도 나오는데, 한글 자막이 달려있다.

강습은 생각보다 짧게 끝난다. 실제 연습은 곡에서 하게 된다. 재미없는 곡만 치다가 흥미를 잃지 않도록 익숙한 노래들이 굉장히 많다. 노래들도 레슨 수준에 맞춰 구성되어 있다. 같은 수준으로 묶여있어도 뒤에 있는 곡이 박자도 어렵고 쳐야 할 콩나물도 더 많다.

곡은 부분 연습을 할 수 있고 연습 없이 바로 전체 곡을 칠 수 있다. 곡 전체를 연주하게 되면 앱이 점수를 매긴다.

전체적인 것을 평가하는 별점수와 음표 타이밍 등의 점수도 나온다. 게임처럼 다시 도전해서 더 완벽한 점수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인데, 그냥 지나갈 거 한 번 더 치게 해주는 효과가 있기는 하다.

아마도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할 것은 피아노와 스마트폰을 연결하지 않은 상태로 앱이 과연 소리를 제대로 인식하느냐일 것이다. 이 기능이 제대로 동작하지 않으면 그냥 책 펴고 혼자 배우는 것과 큰 차이가 없을 것이다. 내 피아노는 야마하 p-125고 아이패드에 앱을 설치해서 사용하는데, 치면서 연습에 별문제는 없었다. 음 인식 성능은 좋다.

하지만 밤에 피아노를 칠 때 헤드셋을 끼면 피아노에서 소리가 안 나기 때문에 앱을 사용할 수 없어서 지금은 카메라킷을 구입해 아이패드와 피아노를 연결해서 쓰고 있다. 별다른 설정과정은 필요 없고 케이블만 연결하면 위와 같이 앱에서 자동으로 피아노를 인식한다. 참고로 앱은 처음 들어가는 소리는 인식하지만, 음이 얼마나 유지가 되지는지는 확인하지 않는다. 

지금까지 주로 기술적인 이야기를 했으니 앱으로 배운 이야기를 해보겠다. 일단 나는 기억도 안 나는 꼬꼬마 시절에 3개월 정도 피아노 학원에 다녔던 경력이 있다. 아무 의미가 없는 경력이니 완전 초심자다. 그래도 '도래미파솔'만 가지고 연습을 시작하는 초반에는 너무 쉬웠다. 양손도 처음에는 쉬웠지만 겨우 '라' 하나 추가됐을 뿐인데 갑자기 난이도가 확 뛰었다. 앱에서 필수2 구간인데, 연습곡도 엄청 많고 여기만 거의 한 달을 쳤다.

연습곡은 정확도와 박자 등의 결과를 숫자로 표시해주고 별점도 주기 때문에 2.5점이 나오거나 숫자가 조금 빠지면 다시 해서 완벽하게 만들고 싶은 욕심에 한 번 더 치는 효과가 있었다. 그리고 연습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게 처음에는 어려웠던 곡도 계속 치다보면 익숙해지고 나중에 보면 아무것도 아닌 곡이 된다는 것이다. 도구가 아무리 좋아도 자주 쓰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앱으로 배우는 동안에는 일 끝나고 하루에 30분 정도 피아노를 쳤다. 지금은 앱을 자주 사용하고 있지 않다. 앱으로 배우고 있다가 우연히 다른 악기를 배우는 사람들을 만났는데, 이 무리에 껴서 합주를 위한 곡만 보고 연습하고 있다. 학원이나 개인레슨에서 배우는 기초들은 다 건너뛰고 악보에 익숙해지고 어떻게든 손이 기억해서 치는 쪽으로 연습을 하고 있는데 힘들기는 하지만 재미는 있다. 역시 사람들과 부대끼며 배우고 연주하는 게 좋다. 기초가 없기 때문에 어디선가 막히는 때가 올 거라는 말을 들었지만, 취미로 배우는 거니 그건 그때 가서 해결하기로 했다. 뭐 다시 앱으로 돌아오면 되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앱에 대한 주의사항을 덧붙이자면 기본 플랜은 개인 사용자용이고, 멀티 사용자를 만들 수 있는 패밀리 플랜이 따로 있다. 만약 집에 여러 사람이 같이 사용하고 코스 진도나 연습곡을 개별로 관리하고 싶으면 많이 비싼 패밀리플랜을 선택해야 한다. 그리고 자동으로 갱신이 되므로 날짜를 알아두고 더 연장할 것 아니면 미리 취소해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