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에 쓰던 반자동 드롱기 에스프레소 머신이 있었는데, 원두 가는 것이 귀찮아서 한동안 안 쓰고 그냥 인스턴트 커피를 먹고 있었다. 그러던 중 전자동머신인 HD8652에 꽂혀서 사버렸다. 한 단계 아랫급인 HD8651과는 우유 거품을 만드는 기능의 차이인데, 이 기능 가지고 7~10만원 정도 차이가 난다. 거품기능을 쓸지 안 쓸지는 모르지만 살 때는 일단 좋은 것을 사자는 생각으로 HD8652를 사게 됐다.
일단 제품을 처음 받아서 설명서도 안 읽고 열리는 부분은 다 열어봤다. 그리고 일단 본체만 전원 연결해서 물통에 물을 채우고 기존에 있던 원두를 원두통에 붓고 막 눌러보는데, 바닥이 물바다가 됐다. 그제서야 설명서를 처음부터 끝까지 정독했다. 하지만 처음 시작하는 사람한테는 뭔가 부족한 설명이었다.
처음에 한 생각은, 커피를 내리기 전에 세척이나 길들이기가 필요할 것 같았다. 하지만 설명서에는 커피퍽 만드는 부분의 세척방법과 우유관련 파트의 세척방법만 나와 있고 처음에 어떻게 세척해야 하는지 적혀 있지 않았다. 이와 같은 고민을 사용하면서 해결했고, 그 부분에 대해 공유한다.
처음 기계를 가동하기 전에 해야 할 것
먼저 우유파트는 제쳐두고 에스프레소를 내려보자. 포장을 다 뜯고 일단 물받이부터 체결하자. 자동머신이라 그런지 세척도 자동으로 되는데, 세척이 끝난 물이 추출구로만 나오지 않는다. 물받이의 모양이 특이한데, 기계 하단으로도 세척한 물이 나오기 때문이다. 처음 뭣도 모르고 막 눌렀을 때 바닥에 물이 흥건했던 이유였다.
물받이를 장착했으면 물통(왼쪽)에 물을 MAX 선까지 가득 채우고 상단 원두 투입구에 원두를 넣자. 그리고 중간에 다이얼을 돌려서 원두 두 개가 있는 곳에 맞추자. 원두 한 개와 두 개 차이는 커피를 추출할 때 사용하는 원두의 양이다. 두 개의 원두에 맞추면 커피가 더 진해진다.
분쇄도를 변경할 수 있는데, 원두 투입구 노란색 부분을 돌려서 조절하면 된다. 손으로는 돌리기 힘들고 동봉된 기구를 끼워 돌리면 된다. 분쇄도가 높을수록 진한 커피가 나온다고 해서 나는 가장 작은 동그라미로 돌려두고 사용 중이다.
전원을 켜보자 (자동세척)
이제 전원 버튼을 눌러서 켜보자. 전원 버튼이 누르면 딱 소리가 나거나 눌렸다는 느낌이 별로 없다. 그래서 켜고 끌 때 안 눌리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눌렀을 때 연두색 불이 들어오고 깜빡깜빡하면 전원이 들어온 것이다.
전원을 켜면 기계가 알아서 준비작업을 실시한다. 준비작업 중 추출구에서 물이 주르륵 떨어지는데 당황하지 말자. 알아서 추출구를 세척하는 과정이다. 준비작업이 다 끝나면 깜빡거림이 끝나고 계속 불이 들어와 있다.
커피를 내려보자
이제 본격적으로 에스프레소를 추출해보자. 일반적으로 머신을 처음 사용할 때 바로 추출해서 먹지 말고 여러 잔을 빼내고 버리라고 한다. 이제 이 작업을 할 것이다. 적당히 큰 대접이나 컵을 추출구 밑에 둔다. 그리고 가운데 다이얼의 상단 버튼을 누른다. 다이얼의 하단 버튼은 우유거품을 만드는 것이므로 지금은 필요 없다. 참고로 상단 버튼을 누르고 한 번 더 누르면 다이얼 왼쪽 2x라고 적혀 있는 부분에 불이 들어온다. 연속으로 투 샷을 추출하는 기능이다.
버튼을 누르면 그라인더가 원두를 갈기 시작한다. 그리고 추출구에서 에스프레소가 나온다. 이 추출작업을 난 10번 이상 했다. 중간에 물을 새로 채우고 커피퍽통도 중간에 비워줬다.
당황할 수 있는 부분
추출되는 에스프레소를 보며 감탄하면서 수시로 물통에 물을 체크하고, 커피퍽 통도 살펴보고, 물받이에 물이 얼마나 찼나 살펴보게 된다. 그러면서 당황하게 되는 부분이 있다.
먼저 물이 생각보다 빨리 없어지는 것에 당황한다. 그 이유는 물을 커피를 추출할 때뿐만 아니라 세척에도 쓰이기 때문이다.
커피퍽이 굉장히 무르고 물이 흥건하다. 나도 처음에 이것 때문에 검색을 해봤는데, 사용할수록 단단해진다고 한다. 진짜로 그렇다. 사용 삼 일째인데 아직 물기는 있지만 손으로 들 수 있을 만큼 단단해졌다.
물받이의 물에 커피가루가 많다. 나는 처음에 이 모습을 보고 기계가 고장 난 줄 알았다. 사실은 커피퍽을 만드는 부분도 자동으로 세척을 하는데, 이 부분의 커피가루를 씻어내면서 자연스럽게 커피가루물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전원을 꺼보자
추출이 다 끝나고 전원을 꺼보자. 바로 안 꺼진다. 자동으로 세척작업을 진행하는데, 추출구에서 물이 떨어진다. 커피를 추출하고 기계의 전원을 끄기 전에 추출구 밑에는 추출한 잔을 두지 말자.
이렇게 초반에 시행착오를 겪고 새로 사 온 원두를 뜯어 에스프레소를 추출하고 아메리카노를 만들어 마셨다. 커알못이라 맛은 모르지만, 한 잔 만들어 먹는데 이렇게 적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에서는 감탄했다. 드롱기 반자동은 원두 갈고 뒷정리하는 것까지 다 스스로 해야 했다.
추가로 알아야 할 점은 커피퍽 만드는 곳 청소와 3~4개월마다 해줘야 할 구리스 도포, 석회질 제거 작업이다. 이 부분은 설명서에 자세하게 설명되어 있으니 여기에서 따로 설명하지는 않겠다. 커피퍽 만드는 부분 곳곳에 윤활유가 발려져 있는데, 청소하려고 끄집어냈다가 그 끈적함에 당황할 수 있다. 원래 그런 것이니 그냥 무시하면 된다. 나중에 윤활유가 다 닳으면 다시 발라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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