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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동안의 수영강습 후기 - 나는 정말 운동을 못한다

배우다

by TEXTIMAGE 2017. 8. 10.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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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오래 할 줄 몰랐는데, 수영을 시작한 지 1년이 흘렀다. 오래 한 것보다 더 예상하지 못한 것은 1년이 지나도록 수영 실력이 크게 늘지 않았다는 것이다. 처음 배우려고 마음먹었을 때는 6개월이면 모든 영법을 어느 정도는 하게 될 줄 알았다. 하지만 내 성적표는 접영에서 헤매고 있고 자유형도 150m 정도밖에 못 간다.


첫 달에는 킥판잡고 발차기를 하며 자유형의 기초를 배우고, 팔도 돌려가며 자유형이란 것을 본격적으로 시작했었다. 두 번째 달부터는 누워서 킥판잡고 발차기를 하며 배영도 배우기 시작했고, 시간이 지나 상급반으로 올라가면서 평형, 접영도 배웠다.


https://pixabay.com/en/swimmers-swimming-race-competition-79592


문제는 단체 강습이다 보니 제대로 한 영법을 습득하지 못하고(이론은 습득, 몸이 안 따라줌), 다음 영법을 배우니 뭐 하나 제대로 못 했다. 3개월 정도 됐을 때, 처음부터 같이 배운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세는 엉성해도 25m는 갔다. 나는 왜 이렇게 호흡을 힘든 것인지, 절반을 가면 일어나야 했다. 25m를 온전히 간 것은 수영을 배운지 거의 8개월이 다 됐을 때였다.


유독 자유형 호흡이 어려웠다. 배영은 이상하게도 쉽게 했는데. 평형은 정말... 발차기가 너무 안 됐다. 이 시기가 고비였다. 이 시기의 짜증을 못 이겨냈다면 이 글은 없었다. 발차기 4개월만에 킥판잡고 25m를 나갈 수 있었다. 팔동작도 문제가 많았지만, 어쨌든 앞으로 나갈 수 있으니 강습시간에 다른 사람 방해 안 되게 따라갈 수 있었다. 상급반으로 갈수록 자세를 봐주는 시간이 거의 없어서 팔은 강습하는 사람들끼리 봐주면서 고쳐나갔다. 가장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영법이지만 요즘에는 가장 편하게 하고 스스로 보기에도 자세가 제법 나온다.


접영은...처참하다. 강습 12개월 중 7개월을 배웠는데, 웨이브도 안 되고 팔 동작도 엉망이다. 오리발을 끼면 좀 쉽게 하는데 맨발로 하면 너무 어렵다. 엉망이기는 하지만 25m가 점점 편해지는 것을 보니 조금씩 늘기는 느는 것 같다. 아니, 체력만 늘고 있는 건가?


나 자신을 대견하게 생각한다. 지지리도 못하고 실력도 매우 더디게 늘고 있지만, 강습을 빼먹은 적은 손에 꼽는다. 주말에도 꼭 나가서 연습했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았으면 지금 이 글은 더 암울했을 것이다.


현재 같은반에서 배우는 한 분은 8개월을 배우셨는데, 자유형 500m를 쉬지 않고 하신다. 난 1년 배우고 150m 간다. 그렇다고 좌절할 필요는 없다. 시합 나가서 이기려고 배우는 게 아니니까. 그렇게 안 되던 평형 발차기였는데 지금은 쉽게 하는 것을 보니, 시간을 투자하면 언젠가는 하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됐다. 느리지만, 그래도 조금씩 늘어가는 실력에 스스로 감탄하고 있다. "내가 이 정도까지 할 수 있게 됐다!"


첫 강습을 등록하기 전에 많은 걱정이 있었다. 폐활량이 부족한데... 나는 천식도 있고 옛날부터 기관지가 안 좋았다. 평소에 운동을 안 했는데... 컴퓨터로 먹고사는 사람이라 하루에 12시간을 앉아 있고, 수영하기 전에는 따로 하는 운동이 없었다. 헬스장은 들어가 본 적도 없다. 만약 같은 걱정을 하는 사람들이라면 쓸데없는 걱정이라고 말하고 싶다. 오히려 이런 문제를 고쳐줄 수 있다. 70대 할아버지 할머니도 수영하신다. 다리 수술받고 오셔서 운동하신다. 주변 사람들에게도 운동하려고 한다면 수영을 추천한다. 수영은 재밌다(전체적으로는. 중간중간 단기적인 좌절이 있을 수 있다). 


짧게 1년의 후기를 썼는데 2년이 지난 후의 후기는 얼마나 달라져 있을까? 나도 언젠가는 자유형을 500m씩 갈 수 있을 것이다. 접영도 사람 살려달라고 허우적거리는 모습이 아니게 될 날이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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