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정보처리기사 실기 1회 후기 및 준비과정, 팁 몇 개

모종의 이유로 시험을 보게 된 정보처리기사... 필기는 3일간 하루 6시간씩 기출만 보고 합격을 했었다. 하지만 실기는 기출만 보고 들어갈 수 없으므로 남들 다 보는 책을 한 권 사서 공부했다. 

일단 내 조건은 아래와 같다.

전공 유무 : 정보통신 관련학과 졸업(은 했으나 필수전공 평균학점 C-)
하는 일 : 통신건설업체 사무직
기본 지식 : 1) 10년 전에 정보처리기사 필기는 합격, 실기 안 봄 (후회함)
                   2) 취미로 안드로이드 개발 조금 했음
                   3) C언어는 학생 때 프로그래밍 과목 수료, 파이썬은 온라인 자료로 튜토리얼 몇 개 만들어 봄

전공자이기는 하지만, 성적에서 볼 수 있듯이 전공자라고 떳떳하게 말할 수는 없기에  준전공자라고 할 수 있겠다. 시험일 일주일 전 까지는 회사가 너무 바빠서 공부할 엄두도 못 내다가 갑자기 한가해져서 시험이 있던 주중에 공부를 할 수 있었다. 회사에서 편의를 봐줘서 일주일간은 하루종일 책만 볼 수 있었다. 책은 수제비를 봤다.

일단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4일간은 이론을 꼼꼼하게 읽고, 이론 뒤에 나오는 관련 기출 위주로 봤다. 프로그래밍에 대한 기본지식이 있기에 다른 이론 조금만 보면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는데, 정독을 하고 보니 방대한 학습량에 압도를 당했다. 머리로 대충 알고 있는 게 아니라 직접 써야 하는 필답형 실기라 망했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퇴근하고 하루 10분이라도 한 달 동안 꾸준히 봤으면 어땠을까 라는 의미 없는 후회도 해봤지만, 당장 내일모레 시험인 상황에서는 답이 없었다.

금요일에는 책에 실린 예상문제 위주로 봤는데, 제대로 풀리는 문제가 몇 개 없어서 말 그대로 멘탈이 붕괴됐다. 학습서에 예상문제라고 나오는 것들은 시험문제 만드는 사람들이 피할 것이라고 생각하니, 이게 과연 의미 있는 공부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문제는 거의 못 맞혔지만 문제 안에 있는 개념들 위주로 공부를 했다.

시험 전날인 토요일이 되었다. 학습서를 읽기만 해도 하루가 부족할 것 같기에 책은 접어두고 구글에서 '정보처리기사 실기 요약'을 검색해서 누군가 요약해 둔 내용을 봤다. 요약을 했어도 그 양이 심히 방대했다. 저녁을 먹고는 책 뒤에 실려있는 2022년 기출과 모의평가를 시험을 보는 것처럼 풀어봤다. 턱걸이로 합격하거나 10문제 정도 풀어서 탈락하는 수준이었다. 여유가 없었다.

자기 전 갑자기 긴장이 풀려서 넷플릭스 보다가 2시에 잠들었다. 그리고 다섯 시에 깨서 세 시간 동안 조용하고 고요한 새벽을 이용해 기출문제와 예상문제들 위주로 보고 공부를 마무리했다.

9시까지 입실을 완료해야 했기에 여유 있게 8시 30분에 시험장소에 도착했다. 수험표에 있는 수험번호로 내 강의실을 찾아 들어가고, 강의실 앞에 있는 좌석배치표에서 수험번호와 이름이 일치하는 자리에 앉았다. 9시 조금 넘자 감독관이 들어왔고, 화장실 다녀올 사람들은 다녀오라고 해서 아직 다 차지 못한 방광을 억지로 비웠다. 10분에 소지품 정리하라고 해서 핸드폰을 끄고 책이랑 같이 가방에 넣었다. 테이블 위에는 수험표, 신분증, 검은색 볼펜만 있으면 된다. 계산기는 뭐... 필요할까?

이후 10분 동안 수험자 검사를 하고 유의사항 알려주고 20분에 시험지를 나눠줬다. 시험지 앞장에 수험번호와 이름을 쓰고 인쇄상태를 점검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감독확인 도장을 받고 30분 땡 하자마자 시험을 시작했다.

일단 프로그래밍 문제는 그렇게 까다롭지 않았는데, 함정이 있지 않을까 싶어 세 번, 네 번 봤다. 한 줄에 써야 하는지, 여러 줄에 써야 하는지 확인하고, 대문자 소문자 조심해 가며 답을 작성했다. malloc이라는 책에서는 볼 수 없는 개념이 있었지만, 알고 있는 내용이므로 무시하고 지나갔다. 비전공자에게 함정을 파기 위해 일부러 넣어 놓은 함수라고 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데이터베이스 문제도 평이하게 나와서 쉽게 풀 수 있었다. 엿 먹으라고 ROLLUP, CUBE 같은 것이 나오면 어떡하나 걱정했는데 다행히 그렇지 않았다.

개념이나 용어 문제는 대부분 네트워크 관련한 것으로 나왔고, 대표적인 개념들 위주로 나왔다(SSH, AJAX, 데이타그램, 가상회선, L2TP, ICMP, 바이러스). L2TP는 틀렸지만 나머지는 그렇게 어려운 개념은 아니었던 것 같다.

결론적으로 가채점 결과는 합격이다. 개정 이후의 정처기 실기 중에서는 가장 쉬웠던 것 같고, 프로그래밍 경험이 있다면 수월하게 볼 수 있었던 시험이었다고 생각한다. 맨땅에서 준비하려면 조금 어려웠을 것 같다. 슬프게도 같이 시험을 본 비전공자 김대리는 떨어졌다.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에게 꼭 당부하고 싶은 내용 또는 팁이라면 시험 문제를 꼼꼼하게 읽으라는 것이다. 시험 문제가 굉장히 구체적인데, 적으라는 것 안 적고 아는 거 나왔다고 아는 내용 냅다 적어버리면 틀린다. 보기를 주고 보기 기호가 아니라 내용을 적으라는 문제가 있고, 기호를 적으라는 문제도 있다. 프로그래밍에서는 문제에 명확하게 '변수명'을 적으라고 적혀있는데, 카페를 보니 변수에 할당된 숫자를 적어서 틀린 사람도 보였다.

C언어의 경우 printf() 함수에 \n이 쓰이는지 안 쓰이는지 확인하고, 자바는 print()인지 println()인지 확인해야 한다. 파이썬은 기본적으로 개행된다. 출력값이 정확히 무엇인지도 확인해야 한다. 이번 시험에서는 파이썬 print() 안에 SET 자료형을 출력하라고 했는데, 자료형의 구조( {'문자열1', '문자열2', ...... } )를 무시하고 안에 내용(문자열1, 문자열2, ...... 식으로)만 적은 사람도 있었다.

2023 정보처리기사 실기 문제를 요약해 보자면 아래와 같다.

• 자바 프로그래밍 3문제
• C 프로그래밍 5문제
• 파이썬 프로그래밍 1개
• 데이터베이스 SQL 작성 2문제
• 데이터베이스 개념 2문제
• 웹/네트워크 6문제
• 테스트 1문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