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의 색소폰은 확인할 길은 없지만 한국에서는 방콕의 3대 재즈바라고 많이 알려진 것 같다. 오래전 방콕 첫 여행 때부터 이곳을 알고 있었지만 한 번도 가보지 못했다가 이번 여행에서는 혼자서 한 번, 친구들과 한 번 총 두 번을 다녀오게 됐다. 혼자서 갔을 때는 정말 좋은 경험을 했고, 친구들과 갔을 때는 사고가 일어나 꽤 불쾌한 경험을 했는데, 이 글에는 혼자 다녀와서 좋은 기억이 있던 때의 이야기다.
BTS를 타고 빅토리모튜먼트역에 내려서 지도를 보고 따라가면 위와 같이 멋들어진 입구가 나온다. 낮에는 활기가 넘치는 동네지만 해가 진 후에는 깜깜한 동네이기 때문에 설마 이렇게 유명한 펍이 있을까 싶었다. 가까이 가기 전에는 여기가 펍인지 모를 정도로 거리가 어두컴컴하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이쁜 누나가 맞이해준다. 조금 큰 술집에 가면 초록색 창 원피스를 입은 누나들을 볼 수 있는데, 그런 옷과 비슷하게 입고 있는 누나가 몇 명이냐고 물어본다. 혼자라고 하더니 2층으로 안내해준다. 공연이 잘 보이는 곳으로 잡고 싶어서 내가 특정 자리를 가리키며 앉아도 되냐고 물어보는데, 예약석이라고 한다.
공연이 안 보이는 테이블 석은 자리가 많았지만, 혼자라서 거기에 앉힐 생각은 없었는지 난간 쪽 자리를 보더니 구석에 보이지도 않는 자리를 찾아서 나를 거기로 들여보냈다. 혼자라서 대접을 못 받는다고 생각했는데, 결과적으로는 공연이 엄청나게 잘 보이는 명당이었다.
자리에 앉아서 싱하 한 병과 새우가 들어간 안주를 하나 주문했다. 직원들은 친절하다는 느낌은 없었지만 시끄러운 와중에도 주문은 제대로 받아서 갔다. 싱하는 130바트.
내가 들어간 시간이 저녁 8시 30분쯤 됐는데, 1부 공연을 하고 있었다. 총 3부 공연을 하는데, 1부는 7~9시, 2부는 9~11시, 3부는 11시부터 시작한다. 그날그날 공연하는 밴드와 가수가 다른데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확인할 수 있다 해도 누가 누군지 모르니 처음 가는 사람은 별 의미가 없다.
여자 가수 혼자서 노래를 부르고 있었는데, 내가 생각했던 분위기는 아니었다. 노래도 크게 잘 부르는 것 같지 않았다. 하지만 반전이 있었으니 2부에 다른 밴드와 같이 공연을 하는데, 가창력 대폭발.
내가 앉은 자리 왼쪽으로 좌식 테이블이 있었는데, 공연을 바로 내려다 볼 수 있는 곳은 주로 커플들이 차지했다. 예약석인 듯 자리가 비어 있어도 사람들이 앉지 못했다. 1층에는 커플, 친구들 등 다양한 조합의 사람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2층 난간에 특이하게 데시벨 측정기가 붙어있다. 공연을 보다가도 나도 모르게 한 번씩 쳐다보게 됐다.
여기는 외국인도 많지만 현지인도 많은데, 외국인은 공연이 보이는 바 자리나 1층에 주로 자리를 잡았고, 현지인들은 단체로 오는 경우가 많아서 공연이 보이지 않는 테이블에서 시간을 보냈다. 한국인은 생각보다 잘 보이지 않았다. 사실 블로그에 글이 많아서 절반은 한국인이 아닐까 싶었는데, 4시간 넘게 있으면서 6명도 정도 본 것 같다.
주문한 안주가 나왔다. Lemongrass with spicy shrimp salad. 아마 맞을 거다. 가격은 180바트.
8시 50분쯤 1부 공연이 끝나고 밴드가 공연 준비를 시작했다. 이제 뭔가 본격적으로 공연을 보겠구나 싶어서 기대감이 커졌다.
공연이 시작되기 전에 맥주를 마저 다 마시고 칼스버그 생맥주를 주문하고 화장실을 다녀왔다. 화장실은 1층에 있는데 남자와 여자 화장실은 완전 정 반대에 있다. 계단을 바라보고 오른쪽으로 남자, 왼쪽으로 여자 화장실이 있다.
화장실을 다녀오기 맥주가 서빙되어 있었다. 9시가 조금 넘어 갑자기 연주가 시작되고 펍의 분위기가 완전히 변했다. 연주가 한 차례 지나가고 1부 공연에서 봤던 가수가 등장해서 노래 하는데, 너무 잘해... 분위기가 좋으니 술이 술술 들어갔다. 칼스버그 생맥주는 170바트.
오즈모 포켓을 가져갔었는데, 내가 앉은 자리가 촬영하기 너무 좋은 곳이라 카메라를 켜두고 공연을 감상했다. 카메라를 들고 있지 않아도 촬영이 가능해서 공연도 즐기고 영상도 남길 수 있었다. 공연은 나중에 유튜브에 올릴 예정이다.
맥주를 순식간에 비우고 맥주를 또 시키고 안주도 새로 주문했다. 이번에도 새우 안주. 이름은 기억이 안 난다.
9시가 넘어서부터 사람들이 엄청나게 들어오기 시작했다. 어디에 다 앉을까 싶었는데, 자리가 없어서 나가는 사람은 없었다. 생각보다 테이블이 많다.
2부 공연은 9시 50분쯤 끝이 나고 10분 쉬고 다시 시작됐다. 난 후반부 공연이 더 좋았다. 나는 3부 공연도 잠깐이나마 보고 BTS를 타고 숙소로 돌아갈 생각이었다. 그런데 2부 공연이 11시 30분에 끝났다. 그래서 공연이 끝나자마자 계산하고 BTS를 타러 가야 했다. 맥주 4병과 안주 2개를 먹고 900바트 조금 안 되는 금액이 나왔는데, 팁 포함해서 900바트를 두고서 나왔다.
공연도 훌륭하고 분위기도 정말 좋았다. 한국에서는 경험하지 못했던(어딘가에 이런 곳이 있겠지만, 내 주변에는 없다) 것이라 강렬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2주 뒤 다시 방문했을 때는 최악의 경험을 했다. 정전이 일어났는데, 직원들의 대처가 최악이었다. 하지만 정전되는 일이 그렇게 많을거라 생각하지 않으니, 일반적인 상황에서라면 음악을 즐기고 술을 마시는 데 문제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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